청주 가경동 한의원진맥으로 무엇을 알 수 있나?

한의사 하면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립니다. 한의사로서 병의 상태를 진단하는 기본적인 도구이지요. 사극에서 의관이 알 듯 모를 듯한 신중한 표정으로 손목을 잡고 있는 이미지가 있어서, 가벼운 통증질환에도 진맥을 원하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말하지 않는 증상도 진맥하고 맞춰 주길 바라는 것이지요.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하루 3시간씩 연습하면 10년, 하루 10시간 훈련하면 3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한의사가 된 지 25년이 넘었으니 1만 시간은 넉넉히 채운 듯합니다. 임상 진단을 하면서 몸을 스캐닝하는 훈련이 돼서인지, 어느 날 진맥을 위해 손목을 잡았는데 전과는 다른 정보들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 어쩌면 이것이 옛 의사들이 진맥을 통해서 몸의 상태를 읽어 내는 방식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진맥은 손목을 통해서 몸속 오장육부의 상태를 읽는 진단 방법입니다. 대략적으로 보자면 좌우 각 손목에서 상, 중, 하 세 군데의 맥이 뛰는 부위를 잡습니다.
손바닥 쪽을 상으로 보았을 때 위로부터 상초, 중초, 하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폐, 심장이 있는 곳이 상초, 그 아래 위, 간이 있는 부위가 중초, 신장, 대장, 생식기의 부위가 하초가 됩니다.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차피 맥박은 심장에서 박동하는 속도에 의한 것이니, 하나의 혈관에서 부위를 나눠서 진단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단순한 혈관 박동의 속도를 따지자면 이 말이 맞습니다. 그것은 진맥으로 혈관의 상태를 파악한다는 개념에 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맥은 그렇게 혈관의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진맥은 맥이 뛰는 곳에서 오장육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진동, 곧 정보를 확인하는 진단법입니다. 하늘이라는 공간에는 공기가 있어 바람, 태양으로부터 오는 햇빛, 라디오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수많은 전파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 가운데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온도와 바람 정도입니다. 내 피부에 바람만 느껴진다고 전파와 같은 것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몸에도 물리, 화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외에 다른 정보가 무수히 많이 존재합니다.
한의사가 훈련을 통해 진맥에서 확인하는 것은 혈관의 박동 이외에 인체 장부가 방송하는 정보들입니다.
25년 이상 진단을 하면서 환자분들의 상태를 스캔하는 훈련을 한 덕에, 요즘은 진맥을 예전보다 쉽고 정밀하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장부진단을 통해 밖에서 보고, 맥진을 통해 안에서 보고, 안팎으로 확인하면서 들어가게 되니까 치료하는 내용도 조금 달라지고 확인하는 내용도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공부에 어느 정도 끝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요즘 진료에서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을 경험하다 보면 일도, 인생도 공부는 계속해 나가는 수밖에 없겠구나 싶습니다.


